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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청춘기록> : 사회의 거울, 사랑과 가족, 성장과 방황

by 박인엽 2025.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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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청춘기록: 사회의 거울, 사랑과 가족, 성장과 방황 관련 포스터 사진

서론

가끔 그런 드라마가 있습니다. 첫 회를 보는 순간부터 심장을 후벼 파는, 이건 그냥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직감하게 만드는 작품 말입니다. tvN 월화 드라마 '청춘기록'이 저에게 그랬습니다. 와, 이건 반칙이에요. 어떻게 첫 회부터 현실의 팍팍함을 이렇게나 솔직하게 담아내죠? '청춘기록'은 2020년 9월 첫 방송부터 최고 시청률이 10.3%까지 치솟으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1] 단순히 박보검, 박소담, 변우석이라는 청춘스타들의 조합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꿈을 향해 질주하는 세 청춘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는 현실의 벽에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성장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2] 하지만 그저 '성공 스토리'로만 보긴 어렵습니다. 청춘이라는 시기를 관통하며 마주치는 사회의 단면, 복잡한 인간의 본성, 그리고 방황 끝에 얻게 되는 삶의 지혜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를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통해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얻어야 할 삶의 지혜 말입니다. 여러분도 잠시 눈을 감고, 드라마 속 그들의 일상으로 저와 함께 떠나보는 건 어떠십니까.

현실을 비추는 사회의 거울

처음 드라마의 배경이 한남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흔한 부유층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드라마 속을 거닐어보니, 한남동은 그저 화려한 부촌이 아니었습니다. 극과 극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압축된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3] 부유한 동네지만, 빈부의 차이가 매일 삶에서 느껴지는 곳이죠. 제가 드라마 속 한남동 골목길을 걷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햇살이 가득한 오후, 고층 빌딩과 고급 주택이 즐비한 언덕을 지나 조금만 내려오면, 사혜준의 가족이 사는 소박한 빌라촌이 나타납니다. 그 골목의 공기는 완전히 달랐어요. 어딘가 땀 냄새가 섞인 듯한 목공소 냄새도 나는 것 같고요. 이런 물리적인 거리가 인물들의 심리적 거리까지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혜준의 집은 비록 좁지만 정겨운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가족의 사랑뿐만 아니라, 현실의 무게가 온전히 담겨있습니다. 땀 흘리며 목수 일을 하는 아버지 사영남(박수영 분)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공간이죠.[4] 혜준이 "어떻게 시간만 공평할 수가 있냐? 계속 공격받고 있어 현실한테"라고 토로하는 대사[5]를 들을 때, 저는 그가 겪는 좌절이 단순히 개인의 무능력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흙수저라는 배경 탓에 모델 에이전시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6], 가족에게도 꿈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단단한 계층의 벽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반면, 혜준의 절친 원해효(변우석 분)의 집은 넓고 화려하지만, 어딘가 숨 막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곳은 해효의 어머니 김이영(신애라 분)의 끝없는 교육열과 압박이 담긴 공간이었어요.[2] 해효의 성공이 온전히 본인의 노력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해효는 엄청난 자존감의 상실을 겪게 됩니다. 혜준이 "수저 계급론엔 정신이 없다"며 부모로부터 받은 정직함과 순수함의 가치를 역설했던 것처럼, 해효에게도 물질적 풍요로는 채울 수 없는 내면의 결핍이 있었습니다.[5]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은 이 두 세계가 사혜준의 어머니 한애숙(하희라 분)을 통해 연결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해효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며, 매일 같이 계층의 벽을 넘나들어야 했습니다.[2, 3] 같은 동네, 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지만, 그들 사이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그러나 결코 허물 수 없는 벽이 존재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빈부격차라는 거대한 사회적 현상이 거시적인 차원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사적이고 친밀한 인간관계 속으로 스며들어 우정과 자존감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현실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기성세대의 믿음이 더는 통하지 않는 이 시대의 냉정한 민낯을 말이죠.

사랑과 가족, 인간의 본성 탐구

'청춘기록'은 관계를 통해 인간의 가장 복잡한 본성을 탐구합니다. 특히 혜준과 아버지 사영남의 관계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죠. 아버지는 항상 혜준에게 “얼굴 믿고 까불다 할아버지처럼 쪽박 찬다”며 강력한 훈육을 퍼붓고, 심지어 군대부터 가라며 재촉했습니다.[4] 혜준은 이런 아버지의 모습에 "가족은 특별하다고 생각했거든... 세상 사람들하고 똑같잖아"라며 실망했습니다.[5] 하지만 드라마는 이 관계를 단순히 갈등으로만 그리지 않았어요. 사영남은 생활력이 없는 자신의 아버지 민기(한진희 분)처럼 되지 않기 위해 평생을 책임감에 짓눌려 살았고, 그 공포가 아들 혜준에게 투영된 것이었습니다.[4] 사랑이 때로는 이렇게 비뚤어진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셈이죠. 마지막에 사영남이 아들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훈훈한 모드를 자랑하는 장면[7]은, 결국 그들의 관계가 미움이 아닌, 애증으로 얽힌 깊은 사랑이었음을 증명하는 감동적인 결말이었습니다. 혜준과 안정하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데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겠다”던 혜준의 맹세는 결국 깨지고, 미안하다는 사과가 반복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7] 안정하는 “내 일상이 단단해야 누군가를 안정되게 지지할 수 있잖아”라고 말하며, 사랑 때문에 자신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5] 그들이 자주 찾았던 데이트 레스토랑에서 쏟아냈던 진심들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그들의 이별 엔딩을 아쉬워했지만 [8], 저는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해서 얻은 수많은 감정과 인생에 대한 성찰'[5]만으로도 그 관계는 충분히 의미 있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사랑은 단순히 소유가 아닌, 각자의 성장을 위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거죠. 그들의 사랑은 실패가 아니라, 아름답게 기억될 가치 있는 기록으로 남았습니다.[9] 혜준과 해효의 우정 서사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같은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절친이었던 그들은 [3], 겉으로는 서로를 응원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과 질투가 있었습니다. 혜준이 했던 "비교하며 경쟁하지 않는 걸 좋은 성품이라고 속였다"는 대사는 그들의 관계를 한마디로 요약해줍니다.[10] 화려한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함께 긴장하고 설레던 순간도, 매니저 이민재(신동미 분)의 좁고 어수선한 사무실에서 서로의 성공을 이야기하며 웃던 순간도, 결국엔 각자의 배경과 욕망이 얽히면서 갈등으로 번졌습니다.[11] 이 드라마는 인간의 본성에는 씁쓸한 욕망과 질투도 함께 존재하며,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그것을 마주할 때 더욱 아프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성장과 방황, 삶의 지혜를 기록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크게 얻었던 건, 바로 청춘을 정의하는 새로운 시각입니다. 혜준은 끊임없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지만, 끝내 "배우에겐 수저는 밥 먹을 때 쓰는 도구일 뿐이다"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꿈에 대한 굳건한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5]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수많은 청년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공하고 나면 모든 게 끝일까요? 혜준과 정하는 "누군 잘돼서 불안한데 누군 망할까 봐 불안하잖아. 불안에도 급이 있다"며 성공의 부록처럼 따라오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5] 와, 진짜 신기하죠? 불안에도 급이 있다는 그들의 말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을 겁니다. 이처럼 드라마는 성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판타지가 아니라, 또 다른 종류의 불안과 책임감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혜준에게 가장 절실했던 건 바로 '나만의 방'이었습니다. "혼자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방"이 필요했다고, "소리 내어 울어도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방을 가졌으니까 행복하다"고 말하는 대사 [10]는 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에게 '나만의 방'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세상의 평가와 가족의 압박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심리적 안식처였죠. 즉, 이 드라마는 외형적인 성공(배우가 되고,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내면의 평화와 정서적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진짜 성공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나 자신이 되는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셈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적 있죠? 어디론가 도망쳐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숨죽여 울고 싶은 날 말이에요. 혜준의 방은 바로 그런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정말 대단한 점은, '청춘'의 범위를 20대에 국한시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혜준의 할아버지 사민기(한진희 분)는 뒤늦게 모델의 꿈을 꾸고 [2], 아버지 사영남은 아들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새로운 삶에 뛰어듭니다.[7] 이들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새로운 도전을 하며 자신만의 청춘 기록을 써내려 갑니다.[8] 드라마는 "청춘이 꼭 20대까지만은 아니잖아"라는 메시지를 통해 나이와 상관없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 그 자체가 청춘임을 역설합니다.[5] 군대라는 장소는 혜준에게 일시적인 단절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시간은 그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는 소중한 성장의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5] 이처럼 '청춘기록'은 모든 세대에게 공감과 위로를 던지며,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청춘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줍니다.

결론

'청춘기록'은 단순히 로맨스 드라마나 성장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입니다. 혜준이 겪었던 가난의 설움, 해효가 감당해야 했던 성공의 압박, 정하가 지키려 했던 주체적인 삶의 가치는 바로 우리 시대 청년들이 짊어지고 있는 고민의 무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었고,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는 심리학 보고서였으며, 결국에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청춘 기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 기록은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눈부시게 빛나죠. '청춘기록'은 바로 그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작품입니다. 우리의 삶이 무수한 시련과 성공으로 채워진 하나의 기록임을 인정하고, 그 기록의 페이지를 앞으로도 용기 있게 써내려갈 것을 응원하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렇게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우리의 청춘 기록은 지금도 계속해서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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